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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궤변

기억.추억

나는 말에는 서툰 편이어서 글을 참 좋아한다.
단어를 하나 씩 골라 사용할 수도 있고, 퇴고의 과정을 거쳐 다시끔 새로운 단어를 택해줄 수 있다.

 윤동주가 마음에 걸려했다던 '풍화작용'이라는 단어.
시- 라는 장르를 봤을 때, 또 그의 시들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좀 딱딱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이 말보다 그 느낌을, 그 표현을 담을 수 있는 단어는 아마 없었으리라.

 이 때문에 글이 좋다. 몇 번이고 생각해서 원하고자 하는 것으로 빈칸을 채울 수 있으니.
 또, 수정도 가능하니까.
  내가 지극히도 싫어하는 선택의 고뇌는 글을 씀에 있어서는 참으로 행복한 일중에 하나인 것이다.

 반면, 이 점 때문에 글에 사용될 단어들은 엄청나게 신중하게 쓰려고 하는 편이다. 급한 나머지 마구 써버리는 글들도 있지만, 그는 내게 있어 눈으로 보는 말- 일뿐 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마 그랬다면 퇴고의 과정을 한번 더 거치게 되지 않을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  실망  - 이라는 단어인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 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신뢰의 반댓말이 실망-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아닌 말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서는 절대 입밖으로 내지 않는 말이며, 누군가가 나에게 이 말을 뱉는다면 소심한 나이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니 정말 나를 다시 안볼 것이 아니라면 말하지 말아달라'

고 부탁하는 말이다.


 글을 쓸 때 가장 어렵고, 실수하기 쉬운 것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의 단어들 때문이다.
많이들 생각하고 말하는 것 중하나인  안-/못- 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는 둘다 부정-을 나타내지만 자의/타의 라는 엄연히 다른 분위기.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혹시 내 글 속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엄청 기분 상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보통 타인이 대상일 때는 못- 을 많이 쓴다. 뭐 비꼬거나 할 때는 안- 을 선택하지만.


내가 신중하게 선택하는 단어 중 하나가 기억/추억 이라는 단어인데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기억 [記憶]
[명사]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컴퓨터>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둠.

추억 [追憶]
[명사]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이라고 naver는 말한다.

 사전적 의미야 어쩐지 몰라도.
내게 기억이라는 단어는 기쁘고 활기찬 느낌을 주지만, 추억은 아름답지만 쓸쓸한 느낌을 준다
내가 선택하는 상황을 보자면 기억/은 다시끔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경험일 때 사용하고,
추억/은 다시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경험을 말할 때 사용한다.
그래서 난 추억/이란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헤어진 연인과의 일을 말할 때가 아닌 이상에야추억이란 말을 또 쓸일이 무엇이 있겠나- 싶어서이다.


 사람마다 민감한 단어가 있을텐데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떤 단어에 민감한지 궁금하고, 또 나의 생각에 대해 생각을 갖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_+


+ 역시나 그저 내 궤변이니까
그냥 내 자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라고 한번 생각하고 넘어가는 글이길 바란다.
딴지는 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