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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궤변

대한민국의 현실

사이언스誌가 주목한 ‘암흑물질’의 대가, 연구실 문닫을 지경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7-10-12 03:15 | 최종수정 2007-10-12 04:33 기사원문보기

[동아일보]

■서울대 김선기 교수의 고군분투기

《우주의 신비로 불리는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선기 교수는 7월부터 전기료도 못 내는 ‘연체자’ 신세가 됐다. 강원 양양군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설치한 실험실에서 사용한 석 달 치 전기료 450만 원을 못 냈다. 지난달부터는 암흑물질 탐구에 가장 중요한 ‘크리스털 탐지기’에 들어가는 냉각용 질소도 줄였다. 한 달에 100만 원이 드는 질소가스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언제까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 ‘논문 수 적다’ 정부 지원 대상서 제외… 연구 중단 위기

김 교수의 고군분투가 시작된 것은 올해 초부터.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창의연구단 사업 2단계 평가에 탈락하면서 한 해 6억 원씩 받아 온 연구비가 뚝 끊겼다. 정리비용으로 받은 2억 원도 서너 달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기본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한 달에 서너 번씩 양양 실험실로 출장 가는 제자들은 아예 출장비를 신청하지 않는다. 얼마 전 그는 우수과학연구센터(SRC) 선정에서도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김 교수가 찾는 암흑물질은 전자나 원자처럼 지금까지 잘 알려진 물질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다. 김 교수는 암흑물질로 추정되는 물질 가운데 ‘윔프(WIMP)’에 주목한다. 수소 원자보다 100배 정도 무거운 이 입자는 손톱만 한 넓이에 초당 수십만 개가 쏟아지지만 대부분 지구를 그대로 통과해 지나간다. 물론 아주 가끔 지구의 물질과 부딪칠 때가 있다. 김 교수의 연구는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해 그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암흑물질 탐구는 선진국도 주목하는 유망한 기초 연구 분야다. 올해 7월 6일 발행된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세계 암흑물질 연구 현장을 다룬 기사에서 김 교수의 연구팀에 주목했다.

사이언스는 “후발주자인 김 교수팀이 지하 700m에 실험실을 꾸려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며 “향후 ‘극저온 암흑물질 탐색’ ‘제논10’과 같은 대규모 연구를 보완할 경쟁력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사이언스의 리처드 스톤 아시아 담당 편집자는 “김 교수팀의 연구는 인상적이었으며 같은 방식의 연구팀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고 치켜세웠다. 김 교수는 8월 말 윔프의 탐지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논문을 ‘피직스 리뷰 레터’에 발표했다.

○“연구 특성 무시하고 동일 잣대로 평가… 기초연구만 희생양”

해외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 연구는 국내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유는 그가 연구 특성상 논문을 1년에 고작 1, 2편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게는 1년에 10편 이상 논문을 내는 다른 분야에 비해 그의 팀은 논문 수에서 턱없이 밀린다. 전문 분야다 보니, 영향력을 판단하는 ‘임팩트 팩터(IF·피인용 지수)’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비해 낮은 저널에 실리는 것도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과학문화진흥회 김제완(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회장은 “김 교수의 사례야말로 국내에 만연된 기초 연구 경시 풍조를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사례라는 것.

올해 초 한국물리학회와 대한화학회, 대한수학회가 결성한 기초과학학회 협의체가 낸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기초 연구에 대한 지원은 2003년 1조2374억 원에서 2007년 2조76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개인에 대한 연구비는 같은 기간 291억 원밖에 늘지 않았다. 개인에 대한 연구비 지원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

정부의 기초 연구비가 출연연구소와 특정 분야로 집중되면서 이공계 교수 48%는 연구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김 교수처럼 독창적인 연구를 하거나 임용된 지 5년이 채 안 된 팔팔한 젊은 과학자다.

김 교수 사례를 보면서 정부의 과학자 평가 방식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창의연구단장은 “김 교수의 경우, 연구 분야에 상관없이 동일 기준(논문 수)을 내세워 하위 15%를 강제로 탈락시키는 평가 방식의 전형적인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실감한 과학기술부도 11일 “개인과 소규모 연구에 올해보다 32.2% 늘어난 3804억 원을 내년에 투자하겠다”며 늦게나마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상황이 어찌 됐건 간에 김 교수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달 말 그는 결국 한전 측으로부터 전기를 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암흑물질:

눈에 보이는 항성이나 은하와 달리 빛을 내지 않는 물질. 우주 전체 질량의 2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지만, 질량을 갖기 때문에 주변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 존재를 알 수 있다. 이들은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하 깊숙이 설치한 특별한 검출장치로 포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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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블로그에서 보자마자 완전 퍼왔다.
혹자는 저 분의 상황이 대한민국이 노벨상을 못받는 이유라고도 한다더라


나도 연구원를 꿈꾸고 있고, 현재 그 꿈을 위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이런 기사를 보면 정말 가슴이 저민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기초연구이다. 정말 학문을 위한 학문.을 말하는 것이다.
교과서에 실려 지식으로 남는 그런 연구.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돈안되는 연구를 하려는 연구원은 극히 드물다.

바로  연구비, 때문이다.

우리(생명과학/공학) 계통을 봤을 때(내가 이쪽 밖에 모르니까)
정말 아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실험이라도 많은 돈이 든다. 고작 1람다라는 말하다 튀는 침한방울의 양 보다 적은 효소도 1만원의 값은 할 것이다.
실험하나가 그러할진데, 일련의 실험을 계속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에서 스폰서 없이 연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밑에 링크된 지인의 실험실의 경우 한달 소비되는 돈이 4천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이 돈은 학생들 등록금에서, 정부에서, 기업체에서 연구비를 따와서 받게되는 것일테다.
등록금을 통해 학교에서 지원하게 되는 금액으로는 한 실험실에서 소비되는 한달 실험비의 반의 반도 안된다. 그럼 대부분은 정부와 기업체에서 얻게되는 돈일 텐데 이 연구비를 그냥 주겠는가?
당연히 브리핑을 통해서 연구계획서를 보고 이 연구가 돈이 되겠는가 를 보고 심사를 통해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 잣대는 대한민국이 특히 더 엄하다.

따라서 연구는 돈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학문의 발전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연구만을 쫓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순수학문을 지양하게 되고, 응용학문을 지향하게 된다.

대학에서 점점 자연과학과가 없어지고 응용공학과가 생겨나는 이유이다.
화학과가 신소재공학/응용화학과로 바뀌고, 생물학과가 생명공학과로 바뀌고 있다.

본디 응용이라는 것은.
기초 원리를 이해하고, 그 메커니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문은 점점 모레 위에 집을 지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것은 잘못된 투자이다.


응용학문이라는 것은 뼈대에 살을 바르는 과정이고 기초는 숨겨져있는 것을 찾아 뼈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논문 수가 적다고 연구비를 지원을 안한다고?  내 참 어이가 없다. 피고름을 다 짜내고 찾아내는 작품이다. 몇 천을 들여서 기울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몇박 몇일 밤새 실험해서 얻어낸 결과가 백지인 경우가 허다하단 말이다. 물론 응용분야도 그렇겠지만 없던 것을 찾아내는 과정에 비하면 그 노고가 덜하지 않겠는가.

내가 기초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이런 글을 보면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내용과는 살짝 포인트가 어긋나지만 황우석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미국 음모론까지 신봉하면서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은. 대한민국이 과학분야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무너지지 않길 바랬던 이유이다. (이건 이공대 기피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정말로 실력있는 과학자들이 이런 이유들로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서걱정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여느 실험실을 보아도 대부분이 주력하는 학문은 돈이되는 학문이지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이런 풍토는 전부- 라고는 할 수 없어도 대부분은 돈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 대한민국이여. 대한민국이여. 자랑스럴 내 조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