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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의 나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에는 4년동안 정든 학교를 떠나 낯선 곳으로 갔기 때문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마도 곧 적응하고, 원래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5년 동안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해서 걱정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좀 아니꼽지만 자랑아닌 자랑을 해보자면 내 핸드폰에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번호는 얼마전 전화번호를 정리한 이후로 347개가 있으며, 이 번호는 적어도 내가 한달에 두번 이상 연락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겨둔 번호이다. 대학교 때 학교에서 사람들 뿐 아니라 아직도 초등학교 동창들, 중학교 1,2,3학년 때 친구들, 고등학교 1,2,3 학년 때 친구들, 학원 친구들, 동호회 사람들 등 대학교 이전에 만난 사람들과도 줄곧 연락을 해오고 있어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나를 무척 신기해하고, 조금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_-..


 나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딱히 텃새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한학기가 지나도 나의 이 곳에 대한 어색함은 ..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가 무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장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엔 "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적응을 할래야 할 수 가 없던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 탓이라고. 뭐.. 우리 랩순이들 모임 - 대학원에 진학하여 실험실 생활을 하는 동기들의 모임 - 에서 얘기를 나눠본 결과 여느 실험실이든 조금조금은 이런 면들이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합동으로 무언가를 하는 토목,건축도 아니고 '나의 프로젝트', '나의 실험'만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개인주의가 나타나게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또 지내다보니 내 부적응의 이유에는 이 것 만으로는 표현이 안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사람 사이의 솔직함이었다. 갑자기 좀 웃기지만 사이코메트러 에지라는 만화에 보면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사람은 서로의 생각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좀 달랐다.

 나는 피해의식도 강하고, 열등감도 심해서 사람들에게 선뜻 내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런 말하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저 사람이 기분나빠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에 잔뜩 차서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고2 때 만난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생각을 올 곧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게 설령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도, 짜증을 부리는 것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거짓없이 솔직히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성격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난 그들과 함께 동요되어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은 화도 낼 수 있게 되었다.

 즉, 지금의 나의 문제는 나에게 솔직한, 그리고 나 또한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내 생각이 변해온 까닭이었던 것이다. 몰랐기 때문에 다가갈 수 있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모르기 때문에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되는 것이었다.

 뭐 어떻게 보면 처음 만나게 된 사람과 겪에 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게 당연한데, 부딪히면서 서로를 알아갈 일이 없기 때문에 불편하고, 어색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만난 것 그대로, 그 상태로 있기 때문에..

 그래도 원인을 알고 보니 뭐랄까. 조금 편안해지면서 내가 먼저 부딪혀보자- 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부터는 인사라도 우렁차게 해볼까.  



+ 아.. 근데 우리 실험실 너무 조용하다-_ㅜ.
(이어폰 볼륨 3으로 들어도 밖으로 다들린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