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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값을 받나 보다.

이민을 갈 거란 말을 듣고도 내가 무덤덤했음은.
사람 만나기를 즐기고, 그 사람들 없이는 외롭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 알게 모르게 확신을 했던 것 같다..
'네가 가서 얼마나 버티겠니- '하고..

한달하고도 3일이나 당겨진 일정을 듣고 서도 그냥 멍-했는데.
일주일이나 지나 타인에게 그 사실을 다시 듣고야 실감이 되나보다.

다리가 풀려 일어설 수가 없다.
눈물을 닦아도 닦아도 자꾸 솟는다.

나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내고 슬퍼할 자격도 없는데.
그저 마음먹으면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버텨왔는데 이젠 마음을 먹어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그가 이 하늘 아래 어딘가에 살아있으니 끝은 아니야' 라고 위로해보지만.

되지 않는다.

마치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버린 느낌이다.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입학을 했으니. 정말로 졸업까지는 오지 않을게 아닌가.

난 어찌해야하나.
하루이틀 지나서, 하루이틀 울어서 정리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닌데.
8년이란 세월동안 날 두근거리게 한 유일한 사람인데.

결혼을 축하하면서도, 그의 결혼을 축복하면서도 내 마음은 절대로 갈 곳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그래도 내 마음은 여기 그대로 있다고. 딱히 어찌할 마음이 없으니 그냥 여기에 두어도 그다지 죄될 것이 없다 생각하면서 일년을 넘게 버티어 왔는데,

그게 죄였나보다. 난 죄값을 받나보다.

남의 것을 탐한 죄.

앞으로는 다시 한국에서 살지 않을 것이란 그의 말이 자꾸 머리속을 맴돈다..


앞으론 연락을 받고 설레여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라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러면 그냥 여기 있어줄까.

어차피 곁에 있어도 내 사람이 아닌데,
곁에 있어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멀리멀리 떠나버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가 '이민'이란 단어를 처음 꺼내고 취소되었다 얘기한 이후로도
마음 속으로 계속 염두해두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면역이 안된다.


그에 관한 일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