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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궤변

좋은사람 vs 특별한 사람

 좋은 사람과. 특별한 사람은 같은 것 같지만 너무나도 다르다. '특별한 사람' 이란 것은 오히려 싫은 사람, 증오하는 사람에 가깝다. 어찌보면 좋은 사람과 상반되는 개념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인관계에서 소유욕이라는 것은 삐뚤게보면 집착으로 오인받을 수도 진정으로 집착인 경우도 있지만 있으므로 사람들은 쉬쉬 하며 이성으로 그들의 소유욕을 억제한다. 요즘처럼 애정에 목마르고, 그 소유욕을 다스리지 못하는 유약한 인간들이 늘어나 가끔 말도 안되는 살인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다스리며 적절한 표현으로 자신의 소유욕을 표현한다.

 나는 여느 못지않게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엄청나다. 어찌보면 집착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내가 좋게좋게 포장하기 때문에 결코 그리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것도 나름 그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간에 내면 밖으로 들어낸다는 것은 퍽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이다. 남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것을 꽤 일찍이나 눈치챘고,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참으로 이질감이 있지만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내 사람'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 것도 아주 많이. '피해망상'으로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를만큼 나는 주위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아주 많이 갖고 있었다. 따라서 모두에게 괜찮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고. 성격좋다, 착하다는 말이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찬사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대인 관계에 대한 큰 사건을 거치고 난 후, 나는 모두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저 사건으로 인해 중학교 시절 내내 나는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모두와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는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소유하고, 소유당하길 바라는 내 성격상 이 이상(理想)은 쉽게 버려질 수 없었다. 하지만 사건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또 터지고 말았다.


 아뭏든 나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선택했다. 자연히 나의 대인관계는 좁아졌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통신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여기저기 활동하던 곳도 많았고, 전국을 돌아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 전국적으로 친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기모임을 갖던 동호회에서 마저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고,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통신 친구들과 연락을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도 '좋은 사람' 이 되고 싶다는 나의 소망은 사그라들 줄 몰랐고, 과에서도, 동아리 내에서도 친절한 사람. 이라는 평을 받았던 것 같다. 문제는 이 것이었다. '친절한 사람' 이라는 이미지는 '누구에게도 친절한 사람' 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 것이 왜 문제가 되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누구라도 눈치챌 정도로 그 사람을 챙겼다. 물론 뇌를 거쳐하는 행동들이 아닌, 반사적인,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행동들이었다. 내 눈은 언제나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은 무조건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그 사람이 느끼는 나의 행동들은(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누구에게나' 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제와서 특별한 사람을 위해 좋은 사람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 동안 몸에 배인 습관, 사상, 행동들이 쉽게 변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을 챙기지 않으려고 해도, 그 것은 의식적으로 참는 것일 뿐, 지나고 나면 자꾸 마음에 거슬리고, 불편해서 몇일 그렇게 하다가 나는 다시 좋은 사람이 됬다.



사랑을 시작한 난.
좋은 사람은 결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알아버렸던 것이다.



 저 이치를 깨닫고 난 후, 내 주위를 돌아보았다. 난 그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내게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난 내 친구들에게 난 특별한 친구였을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 그들에게 난 어떤 존재일까. 하는 불안감. 한동안 대인기피와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배신감 같은 것을 받아서 혼자다녀보았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줄 때까지. 내가 먼저 손 내밀지 않아도. 먼저 손 내밀어 줄 사람이 있는가. 하는 일종의 테스트였다. 짧은 기간이었는데. 그래도 믿었던 친구들에게는 연락이 왔다. 어느 정도 안도감이 느껴졌다.




 좋은 사람. 특별한 사람. 솔직히 난 아직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한쪽이든 소흘해 질테니. 하지만 좋은 사람으로만 남기에는 너무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



                        

  +  친구들은 연애 하면 해결된던데.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