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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애가 무서웠다.

성인이 되어서 처음 해본 만남.
흔히 말하는 연애라는거
어쩌면 나한테 연애의 시작도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웃기는 말이지만.


무서웠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데,
사람에게 마음을 받는 다는게
가슴벅찰만큼 신나고 두근거리면서도
왠지모르게 마음 한켠으로는 무섭고 두려웠다.


난 내 무서움 두려움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무릎 밖에 안되는 낮은 담을 만났을 때
그 무서움과 두려움을 두배로 느껴버린 나머지
사랑에서 도망쳤다.
내가 조금 더 커서 만남을 가졌을 때는
또 그렇게 바보처럼 내게 마음을 주는 사람을
겁내고, 밀어낼까봐
그 두려움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채 무조건 받아들였다.
모든 일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다가갔다.

그랬더니 이번엔 그 사람이 나를 두고 도망갔다.



조금 더 자라고 나니까 내가 무엇이 두려웠는지, 무엇이 무서웠던 것인지.
어쩌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지금도 많이 외롭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는 꿈은 꾸지만
아직 연애를 하면 안되겠다.


무엇인가에 빠져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것 밖에 할줄 모르는 나는
우수꽝 스럽게 허우적대는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려웠고,
그 사람 없이 아무것도 못하게 될 내 모습이 두려웠다.
연애에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내가 싫었고,
그 사람, 내 마음에게 휘둘려질 나를 보게 될 것이 겁이났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사람이 나에게서 마음을 거둬갈지도 모른다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다고나 할까.
나쁘게 말하자면 내 마음따위에 희생할 여유가 없다.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날 믿고 지켜봐준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기 싫으니까...

난 일과 사랑을 모두 해낼 자신이 없다.
분명 그 상황에 닥친다면 난 사랑을 택할 사람이니까.
사랑이 시작되기 전에, 택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연애에 시간이니, 돈이니 그런게 무슨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나는 그렇다.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없이 무엇인가가 갑자기 시작되버리는게
못견디게 불안하고, 무섭다.


조금 더 솔직한 말을 하자면 연애의 과정에서 필요한 스킨쉽에도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연애라는 의식(?) 자체도 마치 죄를 짓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더더욱 움츠러들고, 기분이 좋지 않다. 상대를 의식하게 되고, 의무감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점점 더 불편해진다.



'정신적 미숙아' 라는 느낌.


이런 나를 이해해주고 견뎌내줄 사람이 있다면, 혹은 이런 준비가 없이도 만날 수 있을 만큼 편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연애라는 것을 해볼 용의도 있지만. 아마 절대 아직은. 못만나리라는걸 안다.




+ 수학처럼 답이 있거나, 논리적이면 참 좋을텐데
답이 없어서, 비논리적인 감정이어서
 '더 끌리는 것'
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