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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반지를 좋아한다.

아무 무늬도 없고 주욱-늘려 이어놓은 듯한 썰렁한 은반지라도 나는 은반지가 너무 좋다.

사람에게 길들여져 제 광택을 잃은 후에는 그의 광택 대신에 사람의 체온을, 사람의 사랑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 체온을, 사랑을 잃은 후에는 모든걸 잃었다는 듯 검게, 검게 변하여 그 사랑을 기다린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시 그에게 체온이, 사랑이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마음을 열어 제 색깔을 찾는다.

혼자 있던 시간이 길수록 제 모습을 찾는 데 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결국.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자신을 잃고 사랑할 줄 아는 은반지.
사랑을, 사람의 체온을 그리워할 줄아는. 은반지.


나는 그래서 따뜻한, 은반지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