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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만약 내 인생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제 문득 잠들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갑자기 죽어버리게된다면. 정리하지 못한 내 인생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갑자기 죽는 다는 생각을 해버리고나니.
내 책상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일기장들과, 부치지못한 러브레터들.
수업시간에 주고받던 시시콜콜한 쪽지들.
남자친구의 사진들.
뭐 이런 부끄러운 것들을 부모님이 보시게될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야한 잡지나 그런건 없어서 후후-.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고나니.만약 내게 죽음이 가까워 온다면 적어도 한달 전엔 알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은 있어야 최소한의 미련을 두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먼저 음악학원에 등록을해서 제대로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내가 평소 좋아하던 10~15곡정도를 녹음해
나만의 음반을 갖고 싶다. 기왕이면 내 스스로 기타/건반 연주가 가능 한 곡도...그리고 여태 내가 썼던 시, 소설 등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그 역시 남겨두고 싶다.
둘다 우리애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으로..
이런걸 스스로 만들었다고하며 주면서도 부끄럽지 않을 사람들은 역시 우리애들뿐인 것 같다만..

그리고 내가 소속되어있던 많은 그룹들의 사람들 중 그간 만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때도 내게 여전히 소중한 사람들을 찾아 악수하고, 포옹하고 정말 사랑하고 아꼈었노라고. 지상에서의 내 삶이 그대덕분에 풍족하고 행복했었노라고.. 감사의 인사를 건내보고 싶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일주일 전에는 내 장례식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싶다.
누구누구를 초대할지, 어떤 꽃으로 장식했으면 좋겠는지..
아. 방명록 옆에는 '당신에게 있어 최지선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하는 질문을 던질 노트한권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같이 태워달라고 할꺼다.
내가 내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무 궁금하니까. 혹시나 내 마음들이 짝사랑이었다 하더라도 용서할 수 있겠지. 내가 없다면 나쁜말이라도 솔직하게 써주지 않을까...? 

 만약 컬투쇼가 그때도 하고 있다면 2시부터 4시까지는 모두다같이 컬투쇼를 들으며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육신을 태운 재는 가능하다면 서울 안치해두고 싶다. 난 서울을 떠나 산 적이 없으니.

음. 영정사진은 일단 지금 골라놓은 사진은 몇 장된다.  3-4장?
그 때에도 내 얼굴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면 지금 고른 이 사진들을 사용하고 싶다.
크게, 많이 웃고있는 나 다운 모습들의,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들의 사진으로.
컬투쇼에서 나온 사연인데 어떤 동네 타짜할머니는 화투패를 들고있는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하셨덴다. 역시 살아생전 그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이 가식적인 여느 영정사진보다 더 뜻깊을 것 같다.

 그리고 동아리 사람들은 날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노래를 부를 사람은 딱 세사람만 있었으면 한다.
명환선배랑 병찬선배랑 우진선배.
명환선배는 '멀어져간 사람아', 병찬선배는 '엘도라도' 우진선배는 '우리 영원토록' 을 신청하겠다.
죽을 사람소원인데 들어주겠지?;
은호오빠는 들려주고 싶은 연주를 해주었으면 좋겠어♡. 베이스말고 기타로.
정일선배는 음 특별히 선택권을 줘서 노래나 기타연주 중 하나 해주었으면 좋겠다. 같이는 절대사절!! ㅋ 우리듀엣한번 하자고 약속했고, 서로의 결혼식에 축가불러주자고 약속했었으니까. 듀엣은 못하더라도, 축가는 아니더라도 날 위한 자리는 하나 남겨주었으면 좋겠어.!! More than words라면 봐줄께 ㅋ
재훈선배는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태형선배는 구름위의 작은 섬, 나영이는 Don't speak, 지현이는 If, 그리고 윤성선배는 '새'를 연주해주세요.
지현인 노래가 아니라 기타라 미안해- 네가 불러주는 노래보다 네가 연주해주는 기타곡이 더 의미있을거라 생각되서.. 그 때까지 까먹지 않고 If..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박일규선배님께 '조용히 들어요'라는 곡을 청하고 싶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곡♡


뭐. 일단은 계획;;이 이렇다. ㅋ
내 스물여섯에 생각한 내 죽음에 대한 계획은..

시간이 지나 내가 또 어떤 사람이 되어가느냐에 따라. 또 다르게 변하겠지만. ㅋ


이런 어이없는 공상을 하면서
하루를 일년처럼 내 사람들. 많이많이 사랑하며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일 당장 죽게되더라도 억울하지 않게..
사람들은 자신의 죽을 날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