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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Slump

 요즘 나는 슬럼프에 빠졌다. 제길. 사랑에 빠졌으면 얼마나 좋을까나. 냥냥.-_ㅠ.언제냐 그게!!

 모든게 재미가 없다.

 보통 무슨 일을 하다가. 그 일에 대한 진전이 도통 없을 때, '아- 슬럼프구나' 인데, 방학이라 그런지 하는 일도 없고. 신분이 백수인지라(대학생에게 있어 방학은 등록금을 내지 않은 학기이므로 백수라 할수 있지 않는가) 슬럼프에 빠졌다는건. 즉, 인생에서의 공황기랄까. 그런거.

 처음엔 나이를 탔했다.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는 내 인생 길게 80년으로 봤을 때, 3할 정도 밖에 안되는, 결코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이다. 하지만 여자 나이 스물 다섯.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대한민국에서, 여자 나이 스물 다섯. 늦지는 않았지만, 결코 이르지도 않다. 또한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어정쩡한 나이이다. 언니들에게 푸념을 하면 그 땐 그런다해도 또 마냥 그렇지도 않다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모든 것이 불안할 따름이다. 공자曰 15세에 학문에 뜻을 둔다 하여 지학(志學)이라 하셨고, 30세에 그 학문이 자리를 잡는다 하여 이립(而立)이라 하셨다는데, 5년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나는 과연 내 직업에 대해 어떤 세계관을, 어떤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인가. 과연. 내가 선택한 이 길로 나는 쭈욱 나갈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문에 발을 딛을 것인가. 나의 학문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나는 얼마나 이립할 수 있을까.

 4학년이라는 말이 그닥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수강신청을 하고 나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나의 위치, 나의 상태가. 그리고 지금 나를 돌이켜보면서 현실에 눈을 뜨고, 불안감을 느꼈나보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처음으로. 나는 나에게 의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나는 내 자신을 과하게 믿은 적이 없다. 오히려 방관, 방치 쪽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에 대한 불신같은 것은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나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 같다.

 ,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내 길이 맞는 걸까, 혹시나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다른 것이라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대해서. 적어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난 '최고'는 아니더라도 '인정'은 받고 싶었다. 적어도 작년, 아니 제작년까지는 조금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이제 '한물간'그런 취급을 받고있는 것 같다. 나 자신에게조차도..
 


 휴, 10년이 지난 후에도 난 이자리에 있을까? 아니면, 조금 더 발전한 '내'가 되어있을까, 아니면 아주 다른 곳에서 새로운 방황을 하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 방향없는 나아감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뿐.